시차 김뉘연 시인

일상차담日常茶談 #4

2026.02.23

어제 내려 둔 차를 오늘 아침에 발견함. 조금 마셨다. 식은 차가 몸을 식힌다. 하루를 받아들인 차의 맛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조금 더 마신다. 추운 날 할 수 있는 일이다. 차를 더한다. 찻물을 끓여 지난 차에 붓는다. 컵이 따뜻해진다. 그걸 감싸 쥔다. 손이 따뜻해진다. 어제저녁에도. 그가 계속 찻물을 데워 와 다 마시지 않은 컵에 붓고. 또 붓고. 어제 그의 할 일이었다. 우리는 그의 할 일을 위해 돌아가며 조금씩 차를 입에 댔다. 찻잔이라고도 찻종이라고도 그렇다고 차컵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거기에 물이 계속해서 채워졌다. 컵에 따뜻한 찻물을 부으면 따뜻한 컵이 되고 따뜻한 컵이 식으면 식은 컵이 된다. 그걸 감싸 쥔다. 자연한 상태가 몸에 자연히 전해 온다. 시간이라는 것. 주어진 것을 어쩌지 못하고 주어진 것과 가만히 있게 되는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보낸 하루가 자연스러워 어찌할 줄 모른다. 그 하루에 무료나 권태 정도의 이름을 걸어 두고 잠시 안심한다. 안심할 만한 일일 수 있다. 우리를 두고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그는 말이 오가는 중에 이삼십 분마다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기 주전자에서 끓은 물이 컵에 옮겨지면서 찻물이 되어 간다. 차를 내리기 위해 끓이는 그러니까 아직 차를 우리지 않은 물도 찻물이고 차가 내려진 그러니까 차가 이미 우려진 물도 찻물이다. 누구는 찻물을 홀짝댄다. 누구는 찻물을 들이켠다. 그는 찻물을 데운다. 그가 찻물을 붓는다. 찻물을 붓는 그의 옆에 앉아 그의 찻물 부음을 바라본다. 컵들을 채워 가느라 계속 분주한 그가 조금씩 만류된다. 조금 더 마시고. 조금만 더 마시고 나서. 그의 할 일이 조금씩 줄어든다. 따뜻한 컵을 감싸 쥐어 따뜻해진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이제 그만. 그가 웃고. 우리가 웃고. 이제 그는 할 일이 없어지고. 할 일이 없어진 그는 자리에 앉아 우리가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차를 권한다. 그가 제 앞의 차를 마신다. 식은 차가 몸을 식힌다. 몸이 시간을 받아들인다. 어제 내려 둔 차는 어제 오후에 내렸던 차다. 어제저녁의 안팎으로 차를 내리고 마셨다. 추운 날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제 내려 둔 차를 오늘 아침에 발견했다지만 오늘 눈을 뜬 건 점심때이고 점심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 식은 차를 마신다. 시간이 충분히 지났음을 알게 된다. 식은 차를 마시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식은 차에 따뜻한 찻물을 부어야 했던 어제의 사람을 떠올리며 어제오늘의 차를 마신다. 따뜻한 차를 마시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시차 김뉘연 시인

일상차담日常茶談 #4

2026.02.23

어제 내려 둔 차를 오늘 아침에 발견함. 조금 마셨다. 식은 차가 몸을 식힌다. 하루를 받아들인 차의 맛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조금 더 마신다. 추운 날 할 수 있는 일이다. 차를 더한다. 찻물을 끓여 지난 차에 붓는다. 컵이 따뜻해진다. 그걸 감싸 쥔다. 손이 따뜻해진다. 어제저녁에도. 그가 계속 찻물을 데워 와 다 마시지 않은 컵에 붓고. 또 붓고. 어제 그의 할 일이었다. 우리는 그의 할 일을 위해 돌아가며 조금씩 차를 입에 댔다. 찻잔이라고도 찻종이라고도 그렇다고 차컵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거기에 물이 계속해서 채워졌다. 컵에 따뜻한 찻물을 부으면 따뜻한 컵이 되고 따뜻한 컵이 식으면 식은 컵이 된다. 그걸 감싸 쥔다. 자연한 상태가 몸에 자연히 전해 온다. 시간이라는 것. 주어진 것을 어쩌지 못하고 주어진 것과 가만히 있게 되는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보낸 하루가 자연스러워 어찌할 줄 모른다. 그 하루에 무료나 권태 정도의 이름을 걸어 두고 잠시 안심한다. 안심할 만한 일일 수 있다. 우리를 두고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그는 말이 오가는 중에 이삼십 분마다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기 주전자에서 끓은 물이 컵에 옮겨지면서 찻물이 되어 간다. 차를 내리기 위해 끓이는 그러니까 아직 차를 우리지 않은 물도 찻물이고 차가 내려진 그러니까 차가 이미 우려진 물도 찻물이다. 누구는 찻물을 홀짝댄다. 누구는 찻물을 들이켠다. 그는 찻물을 데운다. 그가 찻물을 붓는다. 찻물을 붓는 그의 옆에 앉아 그의 찻물 부음을 바라본다. 컵들을 채워 가느라 계속 분주한 그가 조금씩 만류된다. 조금 더 마시고. 조금만 더 마시고 나서. 그의 할 일이 조금씩 줄어든다. 따뜻한 컵을 감싸 쥐어 따뜻해진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이제 그만. 그가 웃고. 우리가 웃고. 이제 그는 할 일이 없어지고. 할 일이 없어진 그는 자리에 앉아 우리가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차를 권한다. 그가 제 앞의 차를 마신다. 식은 차가 몸을 식힌다. 몸이 시간을 받아들인다. 어제 내려 둔 차는 어제 오후에 내렸던 차다. 어제저녁의 안팎으로 차를 내리고 마셨다. 추운 날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제 내려 둔 차를 오늘 아침에 발견했다지만 오늘 눈을 뜬 건 점심때이고 점심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 식은 차를 마신다. 시간이 충분히 지났음을 알게 된다. 식은 차를 마시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식은 차에 따뜻한 찻물을 부어야 했던 어제의 사람을 떠올리며 어제오늘의 차를 마신다. 따뜻한 차를 마시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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