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茶, 잊혀진 여백과 단순함에 대하여


차는 맛으로도 즐기지만 동시에 나의 ‘있음'에 정박할 수 있는 하나의 ‘닻’으로써 의지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일을 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시간과 공기 속으로 깊숙이 정박합니다.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잠시 잠깐의 시간, 무위無爲의 상태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고 다시 또 흩어집니다. 사색은 내면의 역동이자 춤이 됩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기쁨입니다. 저희가 소개해 드리는 차의 깊고 진한 맛은 나의 '있음'을 축복하는 자연의 선물입니다. 차 한 잔에도 진리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한 잔의 시간만큼은 진리에 할애하여 모든 것을 잊고, 하지 않으며, 생각합니다. 차를 마시며 나의 초상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삶의 쉼표가 되어줄 우아하고 클래식한 차


NONDANSE
농당스
/ 복정 백차


농당스라는 이름은 무위無爲의 사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無爲의 뜻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입니다. 농당스 티는 전적으로 쉼의 상태에서 가장 어울리는 차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NON이란 단어에서처럼 모든 것은 부정되고 파괴되며 그 공백 속에 다시 긍정이 채워집니다. 농당스는 비어있는 시간을 위한 차입니다. 일종의 아파리그라하 (무소유) 입니다. 자신의 '있음'을 마주하지 못하고 진정으로 '곳'에 머물지 못할 때 우린 바다를 표류하는 부표 처럼 위태롭습니다. 차는 맛으로 즐기지만 동시에 '있음'에 정박할 수 있는 하나의 '닻'이 됩니다. 사색은 내면의 역동이자 춤이 됩니다. 농당스 티와 함께 無爲의 온전한 휴식을 즐겨보세요.


POCHE DE PIGEON
포시 드 피죵
/ 기문 홍차


포시 드 피죵은 비둘기의 주머니라는 뜻입니다. 전서구 傳書鳩는 비둘기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던 것을 일컫는 한자어로, 비둘기의 귀소 본능을 이용한 이 방법은 오랜 역사의 소식통이었습니다. Poche de Pigeon 티는 비둘기로부터 영감을 받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편지를 쓰는 모습을 상상하며 탄생했습니다. Poche de pigeon 티를 마시며 그동안 소홀했던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보세요. 각박해져만 가는 이 시대에 비둘기를 날리며 마음 속 깊이 안녕을 빌었던 애틋한 이야기는 잃었던 친절과 다정함을 상기시키고 그 옛날의 평화와 행복감을 되살릴 것입니다. PORTRAITS & PEOPLE이 여러분께 안부를 전하며 낭만의 시대를 떠올려봅니다.


LAZY AFTERNOON
레이지 애프터눈
/ 정총철관음


여름 오후의 어느 한때, 푸른 초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물 위에 부서지는 햇빛을 바라보는 풍경. 생각만 해도 평화롭습니다. 버트런트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책에서 이 시대의 부정적 언어인 Lazy의 모습 이면을 도발적으로 드러낸 바 있습니다. 또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고통이 혼자 방에서 머물줄 모르는 데서 온다'라고도 했습니다. Lazy afternoon은 바쁘게만 돌아가는 이 시대에 휴식의 가치를 일깨우고 바쁨을 미덕으로 여기게 하는 근래의 행태에 일침을 놓습니다. 게으르고 나른한 오후 따뜻하게 우려진 차를 마시며 게으름을 즐기는 것. Lazy afternoon은 그런 시간을 서로에게 권장하기 위한 메시지 입니다.



사색과 명상을 위한 깊고 진한 차


NOUVEAU ROMAN
누보로망
/ 맹해 보이숙차


Non 농! 아니오! 부정함! 누보로망은 1950년 당시 기존의 틀에 농!을 외치고 새로운 소설을 쓰려고 했던 예술 운동입니다. 그러고보면 새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Non 농!이 필요하죠. 일종의 매니페스토 말입니다. '난 이 수동적 삶을 부정한다.' '난 관습이 되어버린 부조리를 부정한다.' '난 지금의 나 자신을 부정한다.' 같은 선언. '이제부터'라는 특이점으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분리하려는 시도. 미래는 그 지점에서부터 비로소 시작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미래의 매커니즘이자 본질입니다. '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끝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은 언제나 계속될 것입니다. 또 미래는 '선언'과 '이제부터'라는 능동성 없이는 언제나 불안할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사색은 끝도 없이 의문을 남깁니다. 미래는 우주이기 때문입니다. 차를 마시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고뇌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분에게 NOUVEAU ROMAN 티를 선물해 보세요.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THE SIMPLE ACT
더 심플 액트
/ 이무정산 보이생차


한가지 일을 하는 단순한 행위. 한가지!를 하는 단순한 행위! 이 말을 반복할 수록 단순함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도자기의 백자처럼, 가장 단순할수록 물레의 동작은 어려워집니다. 단순함은 사실 익숙한 과거의 것이자 미래의 것입니다. 다만 지금 현재에만 부재하는 것. 그래서 안타까운 것. 그게 바로 한가지 일을 하는 단순한 행위입니다. 차는 ‘우리다’는 행위로써 그 ‘단순한 행위’의 대표적인 표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과 차. 그 두가지만을 가지고, 움직임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 말입니다. 불과 몇백년전의 세상을 상상해봅니다. 하나의 소일을 정성스레 마치고 소소한 저녁을 먹는 것. 어둠 속에서 잠이 든다라는 단순함 말입니다. 멀티태스킹을 권하는 현대 사회에서 하나의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나를 이 ‘곳’에 진정으로 있게 하고 삶의 질서를 만들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회귀해야 할 미래의 모습이며 내면의 평화를 위한 필수 조건일지도 모릅니다. THE SIMPLE ACT 티의 의미가 여러분을 평화로운 삶으로 한걸음 배웅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