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 綠으로의 회귀
양쪽의 편에서
중립의 선, 자연과 인위의 경계, 순응과 통제 사이, 그 중간의 영역에서 우린 녹 綠으로 회귀합니다. 그것은 한쪽의 선택이 아닌 양쪽의 이해이며 회복을 위한 균형입니다. 이번 시즌 P&P는 그 경계선을 생각하며 자연을 담은 생명의 물, 녹 綠:차를 소개합니다.

사계 四季 / 유기농 우전 녹차
시간을 나누는 여러 단위 그러니까 분 초 년 월, 절기와 계절 중에 계절은 자연의 속도와 가장 흡사한 단위입니다. 자연이 모습을 바꾸고 나서야 인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름을 붙일 수 있고 함께 삶의 방식을 바꾸어 갑니다. 따라서 계절은 시간의 단위이자 자연의 생리를 묘사하는 그림이며, 자연이 주는 신호를 읽어내는 기호입니다. 우리는 그 신호에 발맞춰 걷는 병정이고 사계절은 빨주노초파남보의 깃발입니다. 우리에게 깃발이 되어주는 자연의 계절을 바라보며 우린 살고 늙고 죽어갑니다. 그렇게 사계절은 자연의 순환과 원형적 시간의 지표이며 시작과 끝을 묶어주는 녹의 매듭입니다. 사계절을 의미하는 사계 차는 그런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매해 푸른 봄의 첫물 녹차입니다. 매년 무사히 돌아온 봄을 기념하며 정성껏 만들어지는 사계 차와 함께 계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만물의 숨 / 유기농 제주 호지차
녹 綠은 푸르다는 뜻이고 그 뜻이 품은 이미지는 맑고 투명합니다. 푸른 것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공기는 모든 숨의 시작점으로 그 공기가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흐르면 우린 그 숨을 이어받아 살아갑니다. 스읍! 후- 스읍! 후- 마시고 뱉어냅니다. 정화되고 순환합니다. 자연은 영원히 주고 받으며 행진합니다. 행진의 북소리. 그 청명한 박자에 스며듭니다. 맥박과 리듬입니다. 녹으로부터의 숨은 그렇게 번져나갑니다. 심호흡으로 일상의 바다에 고개를 처박는 일과 다시 참았던 숨을 내뱉는 일. 그러므로 이 사회는 바다고 우리는 멈춤없이 물질하는 해녀가 됩니다. 녹 綠은 그렇게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만물의 근원이자 태고의 것이며 원시의 색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의 공기를 의미하는 만물의 숨은 향기만으로도 기분 좋은 호지차입니다. 편안한 향기와 함께 만물의 근원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의 서곡 / 유기농 보성 쑥차
동이 틀 무렵, 여명이 비추면 암만 커튼으로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습니다. 아침 태양의 빛이 몸에 닿으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빛이 스며듦을 감각으로 느낍니다. 이 무렵의 빛은 내리쬐지 않고 곳곳에 스며듭니다. 칠흑 같던 어둠이 희끄무레 지고 의식도 몽롱해집니다. 서서히 잠에서 깨어납니다. 일상의 것들로 몸이 다시 채워짐을 느낍니다. 이불 밖 한기가 서서히 몸속으로 스며들고 흩어졌던 것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합니다. 어제의 일들과 고민이 떠오릅니다. 아직 몽롱한 몸에 만성의 요통과 전날 밤의 숙취가 밀려옵니다. 발가락부터 손가락 끝까지 육체의 공간 감각도 되살아 납니다. 이 스며들고 채워지는 과정이 이 아침의 모든 것입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제의 일은 모두 리셋 됩니다. 아침의 서곡 차는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쑥차입니다. 짙은 쑥 향기와 함께 싱그러운 아침의 서곡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